이탈리아

이탈리아, 내각 또 변경

[로마-EU데일리]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쥬세페 콘테 총리는 사임-해산-재집권 절차를 강행했다

지난 30년간 13명의 총리 선출한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내각 책임제를 채택하여, 수시로 “내각 해체 후, 새로운 행정부 구성”을 통해 집권당 (연합) 변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30년간 총 13명의 총리를 선출하고 20회에 걸친 “내각 수립”을 기록할 정도로 “한 해 걸러 정권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1년 넘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쥬세페 콘테 총리의 경우에도 “내각 교체”를 위해 “총리직 사임-내각 해산-재 집권-새로운 행정부 구성”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콘테 총리의 사임이 벌써 두 번째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9년 8월에 그의 “첫 총리직 사임”은 이전까지 약 1년간 집권했던 끝에 “사임 후 2주 만의 복귀”로 이어진 바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탈리아는 지난 2018년 3월에 있던 “최근의 총선” 이후로 벌써 “2번의 행정부” 수립이 있었고, 이제 곧 “3번째 행정부” 수립으로 이어지는데 아직 다음 총선까지 2년 반이나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즉, 5년 단위로 열리는 총선을 기준으로, 적어도 3회에 이르는 내각 해산 후 새로운 구성이 이어진다는 점인데,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정 기간마다 각 부처의 장차관 교체가 이루어지는 한국과 달리 “집권당의 대표 선출로 이어지는 총리와 내각”에 해당하는 이탈리아는 이러한 “내각 구성”이 때로는 “연립 정부의 해체”에 따라 완전히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이탈리아의 내각 해체 후 신규 구성이 이탈리아만의 문제라거나 “정치적 불안정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럽은 전반적으로 “신진 정치 세력의 등장”에 따른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어왔다. 특히, 서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집단의 양극화가 두드러졌으며, 현재 이탈리아의 가장 큰 문제 또한 결국은 주변 국가들과 많이 닮았다는 점이다. 지난 두 차례의 “연립 정부”를 구성했던 “오성 운동(Five Star Movement, M5S)” 정당의 경우에도 약 10년 전 이탈리아 정계를 휩쓸던 “반 정부” 움직임을 통해 세력을 확장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좌파와 우파 모두로부터 표심을 얻을 정도로 급격히 몸집을 부풀렸던 “포퓰리즘 정당”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이민자 문제”는 독일, 스웨덴, 스페인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여론을 분열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 결과 “표심의 분열”로 이어지며 이후 정권을 연장하는 데는 실패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독일, 스웨덴을 포함한 다른 (북)유럽 국가들이 정권 교체에 관한 혼돈 상황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것에 비해, 이탈리아의 “최근 정부의 위기”라는 것은 오히려 “늘상 있는 일” 정도로 여겨질 만큼 정치 상황이 크게 혼란스럽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30여 년간, 이탈리아의 13명에 달하는 총리 숫자는 스페인이나 스웨덴 총리가 각 5명에 불과했다는 점이나, 프랑스가 5명의 대통령을 거쳤다거나 독일은 (메르켈 총리의 장기 집권에 힘입어) 겨우 3명의 총리가 있던 상황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같은 (정치/정권)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우선, 이탈리아는 놀랍게도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나라이다.

(*흔히 생각하는 로마 제국의 시절은 이미 2천년 가까이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 이탈리아 왕국이 1861년에 건국되었다는 것은, (짧은 역사의 대명사로 알려지는) 미국의 역사와 견주어도 100년 가까이 짧은 상황이다. 그 이전까지 이탈리아반도는 크고 작은 “영토 집단”이 서로 견제하며 차지해오던 곳이다. 대표적으로, 로마 바티칸 시국과 그 부속 영토들이 여전히 이탈리아반도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토스카나와 시칠리아와 같이 별도의 국가에 해당한 지역들도 포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왕국”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탈리아는 겨우 2차 세계대전까지 “왕”이 통치하던 “왕정 국가”였으나, 전쟁이 끝난 후에 이탈리아의 국경이 또 한 번 새롭게 바뀌면서 군주제 또한 막을 내리고 난 후에야 “이탈리아 민주 공화국”을 수립하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현재 이탈리아의 역사는 이제 겨우 80년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이러한 “분열과 대립의 역사”는 분명히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는 “자치 구역” 등으로 불리는 5 지역이 있을 만큼, 여전히 “지역색이 매우 강한”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다. 흔히, 한국의 “지역감정”이 “남북 분단”과 “동서 분열,” 그리고 “수도권과 비 수도권” 등으로 매우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탈리아의 지역감정이나 경제적 격차 등은 사실 한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동안 변하지 않는 문제가 바로 “이탈리아 남부의 실업과 빈곤 문제”인데, 이러한 “경제적 위기”는 지금까지 과거 정권들의 노골적인 무시와 차별이 더해지며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고치기 어려운 고질병이 되었다. 그로 인해, 최근까지도 “오성 운동” 정당과 같은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최저 임금 인상과 국민연금제도 개혁으로 이어진 근원지가 되기도 했다. 한때 “북부 리그”라 불리던 우파 정당 연합은 마테오 살비니의 지휘 아래 “부유하고 풍요로운” 북부 지역에서도 인기를 얻었으나, 일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부의 표심을 잃기 시작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정당은 수시로 “지역 간 입장 차이 (또는 지역감정)에 따른 지지도 급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잦은 정권 교체와 내각 해산” 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정치 지형이 오늘날처럼 언제나 불안했던 것만은 아니다. 과거 2차대전 직후부터 1992년까지, 주된 집권 세력은 중도 “기독 민주당 (*카톨릭)”과 “이탈리아 공산당”으로, 약 40년 가까운 시기에는 뚜렷한 정치 지형의 변동이 지금처럼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특히, 기독 민주당은 이탈리아 정치사에 있어서 거의 50년 가까이 단독으로 또는 연립으로 정권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그 세력이 막강했으며, 그 시기의 이탈리아 정치권은 (강력한 정치 세력의 존재로 인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이후, 지난 90년대 초반, 유럽에서 공산 정권이 모두 몰락하며, 이탈리아 공산당 또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 시기, “전례 없는” 정치권 부패 스캔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고, 오늘날 “결백한 손”으로 불리는 “부패 척결”의 결과로 전체 국회 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완전히 정치판을 떠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기독 민주당” 또한 부패 스캔들로 인해 척결의 대상이 되었으며, (종교를 기반으로 했던) 공고한 지지도 또한 순식간에 폭락하며 지난 94년에 정당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 결과, 이탈리아 정치권은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 수밖에 없는 큰 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으며, 92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을 “제2 공화국”으로 일컫는다. 당연히, 그전까지의 “제1 공화국”으로 불리던 기간은 제대로 된 “헌법”조차 없는 2차대전 후의 혼란 속에서 수립된 정권이자 집권 세력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의 한반도의 운명과도 닮은 꼴로 볼 수 있으며, 92년의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의 결과로 “공식적인 개헌이 없었으나, 실질적인 개헌에 가까운” 형태로 “제2 공화국”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이탈리아의 정치 지형은 “전진(Forza) 이탈리아”와 같은 크고 작은 신진 정치 세력들이 “특정한 이슈에 의견을 같이 하는” 등의 형식으로 새로 등장하거나, 기존의 정당 또한 이들과 연정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 가운데 하나가 앞서 언급한 “북부 리그”였으며, 이들은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자치 독립”을 외치며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 뭉쳤으나, 현재는 “반 이민, 반 EU” 등의 주장을 내세우며, 오히려 이전까지의 “분할/독립”을 주장하던 것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더욱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를 주장하는 등 “정치적 입장의 급변”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탈리아는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며, 대부분은 “완전히 신규 정당”이거나, 아니면 “세월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정치적 입장을 바꾸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기에,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여당 대 야당”과 같은 “양당 무한 경쟁 체제”를 보이기 어렵다.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아마도 “부모가 찍는 정당이라서 나도 찍는다”라는 식의 선택이 아닌 “지역주의에 따른 지역정당 지지” 또는 “우파 또는 좌파”와 같은 기준에 의해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 편, 이탈리아는 다수의 정당들이 상원과 하원에서 포진해있기 때문에, 결코 1개의 정당이 단독으로 집권하는 경우가 없으며, “연립 정부”라 하더라도 지난 6년간 “완전히 패권을 쥐는” 경우가 없을 만큼 “정당 간의 의석 수”가 고르게 분포되어, 어느 한쪽에 절대적으로 우세한 정치 지형을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탈리아는 “(다양한 정당이 하나로 연합하는) 대 연정”에 의해 정권을 배분해왔으며, 그로 인해 “집권 세력의 정치색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연립 내각”이 종종 의견 차를 보이며 “연정 마감”에 이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이는 “입법 과정이 매우 더디거나 큰 진통을 겪는” 한국과도 비슷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여, 이러한 “연립 내각 내부의 분열”이 심해지는 경우에 지금과 같은 “총리 사임 – 내각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종종 이러한 “불안정한 정치 지형”은 구조적인 단점이라기보다는 “정치 시스템의 특징”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장기간에 걸쳐, 이탈리아는 “비례 대표”의 구조를 지녀왔고, 의석 수 확보를 위한 “최소 득표 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스몰 정당”들이 의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은 현실이다. 때문에, 이러한 “낮은 국회의 문턱”을 처음 고안했던 초기에는 오히려 “독재를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소규모 정치 집단도 적은 수의 득표만으로도 국회 입성이 가능하도록”하는 목적이 훨씬 중요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총선의 경우, “선거법 개정”을 통해 개별 정당은 “3퍼센트 이상 득표”를 최저 기준으로 하고, 연합 정당의 경우에도 “10퍼센트 이상 득표”로 지정하여 “지나치게 많은 군소 정당을 제한”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정치 집단끼리 보다 연합을 통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독일, 스페인과 같은 대표적인 “의회 정치”가 이루어지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국회의원 다수결에 의해서만 내각 해산이 가능한” 것과는 달리,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이러한 연합 정당 가운데 “이탈리아 비바”와 같이 의석 수가 극히 적은 정당의 변심 만으로도 “연립 구성 또는 해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간단하게 내각의 해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결국, 이러한 “소수 정당의 연합체 = 소수의 이탈 만으로 연합 자체가 붕괴를 초래”한다는 현실로 인해, 이탈리아의 “연립 정부” 구성은 매우 불안한 위치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기회주의”로도 일컬어질 만큼 “손쉽게 정치적 주장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서, “소수 정치 집단에 의해 연립 내각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결과적으로 주세페 콘테 총리의 사임은 “일시적인 사임 후에 연립 내각의 해체를 통해, 보다 정치적 입장이 똘똘 뭉칠 수 있는 새로운 연정 파트너 모색”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헤쳐 모여”의 정치적 행위가 궁극적으로 “안정성”을 더할 것인지, 혹은 “불안함을 키울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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